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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LEET 후기

21년 7월 25일 2022 LEET에 응시했다.
사실 채점결과 나온지도 좀 된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 공부했었는지,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1. 계기
리트에 응시하게 된 계기는 사실 뭐 남들과 똑같다. 로스쿨에 가고 싶어서.
로스쿨의 존재는 대학와서 알게 되었는데,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19년 당시 앞으로 이러한 분쟁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프로그래머도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관련 법적 분쟁에서 IT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변호사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2. 시험 개요
리트는 3개 과목을 응시하는 시험인데, 각각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이다.
언어이해는 수능 비문학의 심화 버전같은 느낌이고 추리논증은 논리적 사고 + 논증을 묻는 느낌의 시험이다.
위의 두 과목은 객관식 시험으로, 2022 리트 기준 각각 30, 40 문항이고 시험 시간은 70분, 125분이다.
다른 한 과목은 논술로, 원고지 형태의 답안지에 2개의 논술 문제에 대한 답안을 110분 동안 작성하는 방식이다.

3. 출발점
리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동안 살아왔던 경로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영향을 받는 시험이라는 점이다. 공부해도 안 오른다는게 아니라, 그 동안 리트-적합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별도의 공부 없이도 잘 보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아니다.
나는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 12년 중 4년 (초5~중2)을 해외에서 보냈고, 3년을 과학고등학교에서 다니며 국어, 그 중에서도 비문학과는 크게 연관없는 삶을 살아왔다. 희망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논문을 읽어본 경험이 조금 있다는 점과 책을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즐겨읽는다는 것 정도다.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우선 최근 기출을 하나 (또는 최근 3년 기출)을 풀어본 뒤 진입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첫 집리트 점수에서 큰 폭으로 오른 사례가 드문 편이다보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비슷한 조언을 들었고, 올해 초 본격적인 리트 공부에 앞서 무작정 21 리트를 풀어봤다. 결과는 당연히 망했다. 언어이해는 30문제 중 11문제를, 추리논증은 40문제 중 22문제를 맞췄고, 솔직히 말하면 언어이해는 뒤에 2지문 (6문제)를, 추리논증은 2문제를 아예 보지도 못했다.
당시 표점으로 환산하면 95.6 점으로, 자소서의 신이 빙의해서 최고의 자소서를 쓰고, 면접 메시가 되어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해도 로스쿨 진학이 힘든 점수였다.
사실 접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주위에서 리트는 안오른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고, 은연중에 나에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져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 2주 고민했나, 그냥 해보기로 결심했다. 판단 근거는 (자기합리화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나는 언어이해나 추리논증 같은 스타일의 문제를 풀어본 적도 없다. 수능 비문학을 해본적도 없으니 당연히 기본기는 부족할 것이다.
2.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아무것도 배운 적이 없으니 뭐라도 배우면 이것보다는 높게 나오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3. 도전을 포기한다고 생각했을 때, 후에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메가로스쿨 교수 패스를 결제하고 본격적으로 리트 공부를 시작했다.

4. 리트 공부
나는 기본기가 정말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기초 강의부터 수강했다.
선택한 강사는 언어이해의 이원준 강사, 추리논증의 조성우 강사로, 선택 이유는 그냥 1타라서 선택했다.

사실 수능인강도 안들어본 내 입장에서는

못가르치면 1타 강사가 될 수 없다.
이원준 강사와 조성우 강사는 1타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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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원준 강사와 조성우 강사는 못가르치지 않는다. (후건부정)

정도로만 생각하고 선택했다.

1월부터 기초 수강을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초과정 4월 말이 되어서 끝냈다.
이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황당하다.
그래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한가지 확실히 한 것이 있다면, 공부는 제대로 했다.
반드시 문제를 먼저 다 풀고 수업을 들었고,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언어이해의 경우 단순히 문제만 푸는게 아니라 스키마 도식을 그린 뒤 해당 도식에 따라 문제를 풀었고, 추리논증은 보충자료를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풀었다. (스키마가 뭔지 모르겠다면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이원준 강사의 시그니처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 그래도 매일 공부하지도 않았고 공부하는 날에도 3시간을 넘기는 날이 별로 없었으니, 열심히 공부했다고는 못하겠다.

5월 한달은 교생실습에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수를 받고 수업 준비도 하다보니 5월 한달은 끝나있더라. (TMI: 솔직히 너무 즐거웠다. 교생 짱) 아, 리트 접수는 했다.
6월 초에 기말고사와 대체 레포트를 쓰고 정신을 차려보니 6월 9일. 리트까지는 약 6주 반. 들은 강의는 기초가 끝.
정신이 확 들었다. 이대로 가면 난 정말 실리트 90점대를 받고야 말겠구나. 진짜 받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그냥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무턱대고 기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본 강의를 듣다 남은 일자를 보니 35일. 이대로가면 기본 강의 끝내고 파이널 모의고사 돌리면 시험이 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기본 강의가 각각 9일씩 분량이 남은 상태라서 두 과목 모두 기본을 10일 이내에 끝내고, 다음 11일 이내에 심화를 끝내고, 마지막 14일동안 파이널모의고사를 매일 풀리라고 다짐했다.
하루 평균 순공시간이 8시간을 넘겼다. 과외를 제외한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남는 거의 모든 시간을 스터디카페에서 리트 공부를 하며 보냈다. 솔직히 두려웠다. 그래도 루틴이 잡히니 이렇게 공부해서 안된다면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겠다는, 어쩌면 약간 오만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과 함께 매일매일 공부하다보니 기본 마무리와 심화를 19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이틀을 오히려 번 셈이다.
아 물론 기본 마무리와 심화를 빠르게 끝내는 과정에서 스키마를 그리거나 추가자료를 다 읽어보지는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 그래도 한가지만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날 수업 범위까지의 문제를 반드시 미리 푼 뒤 강의를 듣는 것.

심화를 끝내고 보니 리트까지 남은 공부가능한 일자는 16일. 이 16일을 모조리 모의고사에 쏟아부었다. 생활패턴을 시험기간에 맞춰서 살았다. (이원준 강사피셜로 시험 생활패턴은 2주면 맞춰진다고 하길래 철썩같이 믿었다.)
7시 반에 눈을 떠 아침을 먹고 스터디카페로 가 8시 40분부터 자리에 앉아 딱 9시 정각에 언어이해 모의고사를 풀고, 10시 10분에 끝낸 뒤 25분 간 휴식을 취했다. 이후 10시 35분부터 자리에 앉아 10시 45분부터 추리논증 모의고사를 풀고 12시 50분에 시험을 마친 뒤 이후 채점했다. (참고로 리트 OMR 카드를 별도로 30매 구입해 모의고사 풀이에 활용하여 마킹연습을 병행했다.)
3일차 모의고사는 메가 5회 전국 모의고사에 응시했다. 결과는 원점수 20 30으로, 표준점수 기준 129.6점이 나왔다. 결과는 아래 화면처럼 별도의 모의고사 성적 분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메가 LEET 전국 모의고사 결과 화면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노력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사실 그렇게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믿고 싶었다.
특히 메가 모의고사에서 무슨 본고사 성적 예측을 해주는데, 133.4점을 예측해주더라. 제발 실전에서 그렇게만 나와달라고 빌었다. 95.6점으로 시작한 사람치고는 과욕이라고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지만, 사실 수험생 입장에서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었다.

메가 실리트 점수 예상

사실 이렇게 점수를 한번 받고나니 모의고사를 더 집중해서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계속 루틴화시켜 모의고사 풀고, 채점하고, 오답 해설 듣는 걸 반복하며 14일이 지났다. 이원준 강사의 파이널 모의고사가 총 13회 분, 조성우 강사의 고득점 모의고사와 파이널 모의고사가 합해서 13회분이라 위에서 언급한 메가 5회 전국 모의고사를 치른 날을 포함해 14일 동안 모의고사만 풀었다.

모의고사 점수는 좀 변동이 심한 편이었다. 언어이해가 더 그랬다. 파이널 모의고사들은 강좌에서 실강 수강생들을 통해 제작한 표점 계산표를 같이 주는데, 표점 기준으로 언어이해는 최저 30점대 중반에서 최대 60점대 초반이 나올 정도로 주제나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갈렸다. 한편, 추리논증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최저 60점대 후반에서 최대 80점대 중반까지 나왔는데, 대부분 70점대 후반에서 80점대 초반의 점수가 나왔다.
점수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표본이 많아봐야 400명 정도라서 당연히 부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전에서는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험 2일 전부터는 2020, 2021 리트를 시간에 맞추어 풀었다. 점수는 정말 잘나왔다. 사실 모의고사만 풀어서 진짜 리트 문제들이 막상 새로우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별 문제 없었다. 사실 수업 중에 시간 맞추어서는 아니어도 다 한번씩 풀어본 문제들이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5. LEET 본고사 (21/7/25)
시험 당일, 언제나와 똑같이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나는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중이라, 자취방으로부터 스터디카페와 대학교의 거리가 비슷해 금방 도착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언어이해 시험 시작 25분 전 미리 준비해둔 수능 비문학 문제를 풀었다. (이원준 강사의 조언 중 하나로, 수능 비문학 문제를 통해 머리를 예열시키는 느낌으로 풀었다.) 2지문 8문제를 풀었는데, 풀기만 하고 채점은 하지 않았다.
이후 언어이해 시험을 봤다. 신기하게 별로 안떨렸다.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지문을 5분 만에 급하게 풀긴했지만, 그래도 나름 17번째 집리트를 보는 기분으로 언어이해 시험을 마쳤다.

이후 화장실을 다녀온 뒤 추리논증 시험 시작 20분 전 미리 준비해둔 2020, 2021 리트 추리논증 1, 2번 문제를 풀었다. 총 4문제를 풀었으며, 이 역시 채점은 하지 않았다. (리트 문제 유형 중 법학 추론 관련 문제가 있는데, 보통 추리논증 앞쪽에 법학 추론 관련 문제들이 몰려있어 법학 추론에 관한 내 뇌를 예열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추리논증 시험을 봤다. 언어이해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내가 차분히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답이 잘 안나오면 가볍게 표시만 해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것까지 연습한 그대로였다. 내 기억상 1, 2번 문제가 상당히 어려웠던것 같은데, 의외로 당황하지는 않았다.

추리논증 시험이 끝난 뒤 점심시간이 주어졌는데, 집에 돌아와 밥을 먹었다. (학교와 자취방은 도보 5분거리다.) 그냥 시험이 끝난 기분이었다. 밥을 먹고 시험장에 일찍 돌아가 기다린 뒤 논술 시험에 임했다.
논술 시험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임했다.
1. 논리적 일관성
2. 올바른 원고지 교정부호 사용
그리고 정확히 그 두 가지 목표를 바탕으로 논술 답안을 작성한 뒤 제출했다. 사실 논술 시험은 시간 상 매우 여유로웠다. 나 같은 경우 먼저 개요를 간략하게 잡은 뒤 쭉 원고지에 답안을 적었는데 약 30분 정도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리트가 끝났다.

6. 결과
시험 당일 돌아와서 엄청나게 떨리는 마음으로 정답발표를 기다렸다. 이의 신청 기간 이후에 최종 답안이 확정되지만, 보통 당일 공개되는 답안이 최종답안이라 굉장히 떨렸다. 정작 발표 시간인 6시가 되자 리트 사이트가 터져서 답안을 못봤다. 그렇게 30분 정도 실랑이하다 답안을 구해 채점해보았는데, 원점수 22, 32가 나왔다. (아쉽게도 찍은 언어이해 2문제, 추리논증 4문제는 모조리 틀렸다.) 솔직히 잘 본 편이라고 생각했다. 14회의 모의고사 기준으로 4~5번째로 높은 점수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다.

이후에는 내가 혹시 마킹 실수를 했을까 불안해했다. 메가의 점수 예측은 135.5점. 최고는 아닐지언정 95.6으로 시작한 나로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점수였다. 성적 발표는 8월 18일이었고, 최종 성적은 135.8이 나왔다. 표준 점수 기준 언어 56.0점, 추리 79.8점이었다.

2022 LEET 성적표

참고로 위에서 메가의 예상을 보면 언어 53.4, 추리 80을 예상했는데, 사실상 언어이해 한문제 차이로 맞춘 셈이다. 데이터의 힘을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느꼈다.

7. 앞으로?
사실 리트는 정량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이제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남았다.
지원할 학교는 정했으니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작성하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
가군 나군 둘 다 붙으면 좋겠다. 둘 다 최초합 가보자!!